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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탐색/전남 담양군

[전남 담양군 담양읍] 3. 숙소 - 언노운 호텔

3. 숙소 - 언노운 호텔

 

 

지도 아니고 이미지입니다.

 

담양에 도착한 날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숙소에서 쉬면서 여행 기록을 정리했다.

묵었던 숙소는 언노운호텔.

알려지지 않은(unknown) 호텔이라는 이름과 달리 리뷰가 상당히 많은 유명한 호텔이다.

 

내가 묵은 스탠다드 룸은 1박에 49,000원.

숙소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다음 날 오전 체크아웃 시간 전에 하루 더 묵겠다고 카톡으로 요청하였다.

 

이 호텔만 보더라도 세련된 감각의 젊은이들이 모여 괜찮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는 담양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냉장고에 먹지도 않는 싸구려 캔 음료가 두 캔씩 들어있는 대신에 생수 네 병이 들어있는 점,

먹지도 않는 믹스 커피와 녹차 티백이 준비되어 있는 대신 1층 로비에 스타벅스 캡슐 커피를 구비해 둔 점,

연박 시 룸을 청소해주고, 수건과 어매니티를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점,

가장 저렴한 스탠다드룸을 컴팩트하게 구성하여 1인 여행객이 숙박료 부담 없이 묵을 수 있도록 하는 점 등.

불필요한 구성을 줄이는 대신 더 좋은 것들을 제공하려고 신경쓰는 것이 느껴졌다.

 

전 객실 금연 안내문도 인상 깊었는데,

애연가 분들의 흡연할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분들의 쾌적한 객실 이용을 위해 전 객실은 금연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 양해 바란다는 메세지와 함께

흡연구역의 위치를 안내한 글이었다.

주인장의 깊은 공감이 담긴 이 안내문을 읽는다면 아무도 객실에서 담배 안 필 듯ㅋㅋ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이 이동식 테이블!

TV 아래 놓여있던 것인데 바퀴가 달려있어 이렇게 침대 전체를 가로지르게 하여 끌고 올 수 있다.

협소한 침실이 이 테이블 하나로 아지트처럼 안락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침대에 앉아 작업하기 딱 좋은 이동식 테이블. 테이블 아래 다리를 뻗은 것이 찍혀, 그 부분을 포토샵으로 지우느라 이미지가 어색한 점 양해 바란다.

 

호텔은 2019년에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 가보면 젊은 사장 둘의 사진과 호텔 운영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글이 게시되어 있다.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태도가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 같다.

 

 

 

무리하지 않고, 허둥대지 않고, 집중력을 가지고, 침착하게, 서두르지 않고.

기본적인 것들의 의미와 역할을 세심히 이해하고 좋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경을 기울이면서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은지, 새로운 것들을 익히고 적용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자세.

그러면서도 '이것 봐 이렇게 잘 하는 내가 여기있다!' 하고 소란떨지 않는 태도.

담양에서 묵은 첫날 느껴지는 동네의 이미지는 이런 것이었다.

게으름뱅이의 마을에서 추구하는 태도는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