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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탐색/경남 하동군

[경남 하동군] 12. 화개장터

12. 화개장터

 

하동까지 왔는데 화개장터 안 갈 수 있음?

있는데, 그래도 함 가 봄ㅋ

지역감정을 넘어서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자가 교류하는 거점으로서 과거 뛰어난 명성을 자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도 이 지역에 와본 적 없는 이들조차 화개장터를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는 건 

조영남의 노래 덕분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화개장터 입구에는 조영남의 동상이 있고,

주차장 인근에는 조영남갤러리카페가 운영 중에 있다.

여수에 가면 밤 내내 장범준의 여수밤바다가 흘러나오는 것과 비슷한 거겠지.

문화콘텐츠의 힘으로 지역의 가치를 높여준 예술가에 대한 지역민들의 고마움이 전해지는 것 같다.

 

 

화개장터는 생활권 내에 있는 장터가 아니여서 그런지 신선식품 등을 판매하는 매대를 거의 보지 못했다.

주로 말린 약재를 대문짝만한 글씨로 약재명이 적힌 비닐봉지에 담아 팔고 있는 가게가 많았는데,

화개장이 원래 약재로 유명한 시장인건지,

아니면 이제는 사실상 관광지의 기능이 남아있을 뿐 실제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가는 손님들이 적어

보존기간이 짧은 신선식품보다는 보존기간이 긴 말린 약재를 파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에 익숙치 않은 탓도 있기야 하겠지만,

무엇 하나 선뜻 살만한 물건이 없다고 느껴졌다.

 

 

여느 시장터와 마찬가지로 향토음식을 파는 식당가와 카페가 있다.

 

 

 

화개장터가 영호남의 화합의 상징인만큼 시장이 잘 되고 번성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지만,

한 번 시장을 가보니 다시 방문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화개장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모하는 방법은 없을까?

물류산업이 워낙 거대한만큼, 영호남의 물자가 교류한다는 개념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화합의 핵심은 사람의 교류일텐데.

당근마켓이 물건의 교환을 그 목적으로 시작하였으되, 현재에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하동도서관이 광양시민 일부에게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지.

 

 

훌륭한 마케터라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을 살리는 건 결국 마케터인가?
혹은 마케터가 지역을 살릴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그 과제로부터 회피하고 싶은 나약한 마음의 발로일 뿐인걸까.

지리산소멸단을, 해변의카카카를 떠올려 본다면 저 마케터 발언은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을 것이다.

물론 그들 또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이 질문은 한편으로는 인식론과 존재론에 대한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본질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면(존재론),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알 수 없다면 소용 없으며,

가치란 사실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음으로써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인식론).

 

사람들의 인식과 무관하게 가치를 지니는 것이 존재한다는 입장과

사람들의 인식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입장이 대립한다고 한다면

나는 전자의 이념을 보다 지지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가장 쉽게 표현하는 것은 바로 가격인데,

특히 코로나 이후 일반 대중도 주식, 코인, 부동산 등 금융자본주의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 이후에는

어떤 것이 실제로 갖고 있는 가치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격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격에는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물론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의 현행적인 가격에는 가격변동에 대한 기대심리 또한 강하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실제 가치를 초과하여 가격변동에 대한 기대심리에 의거해 형성된 가격을 '버블'이라고 한다고 알고 있다.

 

놀랍게도 최근에는 실제 가치를 초과하여 형성된 가격, 즉 '버블'이라는 개념을 부정하는 분위기조차 감지되는 것 같다.

버블 개념을 부정하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가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점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이 지점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 번 꼭 정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님😅

 

아무튼 세계는 우리의 인식보다 선행하여 존재한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해서 세계가 없는 것이 아니니.

 

만들고 싶은 것이 잘 팔리는 상품이라면, 가치란 사람들의 인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인식론을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무엇이 사람들의 욕망을 지배하는지, 뭐가 유행하는지, 어떤 말투가 환영받는지 끊임없이 살피고

그 욕망의 작동원리를 파악하여 트렌드를 만들어 낼 것.

이를 통해 시대의 정점에 있다고 할만한 것, 시대를 대표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그러나 만들고 싶은 것이 작품이라면, 추구하는 것이 좋음 그 자체라면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인식을 쫓아가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시대와 무관하게 가치를 보존하는 것, 즉 클래식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수양에 가까울 것이다.

 

 

 

한편 마케팅에 상품기획 등도 포함된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 말은 🐶소리일지도.

마케팅에 대해 흔하게 발생하는 잘못된 인식이 반영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화개장터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

마침 화개장터를 마지막으로 하동 답사를 마치고 삼천포로 향한 나의 여정과도 일치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