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동 포구공원
하동읍내보다 한참 남쪽의 숙소를 잡는 바람에 동선이 좀 꼬였다.
섬진강 따라 내려왔던 지난 밤과 달리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하동포구에 들렀다.
키 큰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한적한 분위기였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걷고 싶은 기분이 들어 차에서 내렸다.
서울에 이런 공원이 있었다면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을텐데.
9시 무렵의 하동포구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인구가 모여있는 하동읍과는 거리가 좀 있으니까.
자전거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섬진강변을 따라 자전거 타기 좋을 듯하다.
그러고보니 하동 지역에서는 강변에 조성된 소나무숲을 자주 보았다.
4. 섬진강, 하동송림공원
이날도 날씨가 다했네.
강 건너로 보이는 곳은 광양인데, 산등성이에 뭔가 광고물이 설치되어 있는 게 보이는가?
지난 밤 숙소를 향하는 길에도 저 광고물을 보았다.
저기에 광고물을 설치해놓으면 볼 사람은 하동군민인데 저렇게 광고물을 설치해놓다니.
하동군민에 대한 도발이 아닌가?
마치 대북광고 내지는 대남광고물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터졌다.
LED 간판에 불 밝히며 주장하지 않아도 물새가 나는 섬진강변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강변을 따라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원래 그렇게 모래사장이 넓은 것인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강이 말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주차장 옆에는 하동송림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하동포구의 빽빽히 심어져 키 큰 소나무들이 주는 위압감과는 다르게
거리를 두고 심어져 가지를 옆으로 뻗으며 자란 소나무들의 개성 있는 모습과
간격이 주는 여유로움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이번 경남 지역을 여행하면서 본 재미있는 풍경 중 하나는
나무에 입혀놓은 저 손뜨개로 만든 겨울옷이다.
겨울동안 나무에 사는 해충들이 따뜻한 곳으로 숨어드는 습성을 이용해서
겨울옷을 입혀두었다가 봄이 되면 벗겨서 태워버리는 용도이다.
보통은 볏짚을 엮어서 묶어두는 것을 흔하게 보았는데
경남 지역에 와서는 저렇게 털실로 짠 옷을 입혀두었더라!
똑같은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이 저마다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봄날에 저걸 벗겨다가 소각하면 환경에 좋지 않을텐데 하는 걱정도 듭니다만...)
서울도 나무에 니트를 입히나? 내가 요즘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몰랐던 것일까?
경남의 러블리 포인트를 발견한 것이었음 좋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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