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철학 리스트형 썸네일형 우치다 타츠루, 로컬로 턴 (이숲, 2022) 요약 인구증가와 생산기술의 진화를 발판삼아 지속해온 성장사회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일본의 급격한 인구감소는 성장을 견인할 수요의 감소와 혁신을 만들어낼 연구개발 역량의 저하로 이어진다. 제로 성장 시대가 도래하였음에도 계속해서 성장을 추구하는 일본 사회는 성장여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해체하여 상품화하거나 기계화 및 업무과중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위기를 직감한 청년들은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의 정점인 도시를 탈출하여 지역으로 망명하고 있다. 지역의 경제모델은 도시의 그것과는 다르다. 도시의 경제원리가 성장을 추구하는 성장 모델이라면, 지역의 경제원리는 한결같음을 추구하는 정상(定常) 모델이다. 시장에서의 교환이 화폐를 매개로 하는 거래인 것과 달.. 더보기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보물창고, 2013) 요약 이야기는 한 변호사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화자는 부자들의 재산권을 관리하는 변호사로, 안전과 갈등 없음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화자는 두 명의 필경사(를 고용하고 있는데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오전 오후 교대로 발작적인 증세를 보이곤 했다. 업무가 증가하여 화자는 세 번째 필경사를 추가로 고용하는데 그가 바틀비이다. 바틀비는 다른 두 고용인과 달리 침착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화자는 자신의 사무공간의 구석지고 파티션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자리에 바틀비의 근무공간을 마련한다. 바틀비는 먹지도 쉬지도 말을 하지도 않은 채 엄청난 양의 일을 기계처럼 처리했다. 바틀비의 출근 3일째 되던 날, 화자는 바틀비에게 필경사의 필수 업무인 필사본 검토 업무를 지시한다. 놀랍게도 바틀비는 "하지 않는 쪽을 선호.. 더보기 2. 왜 게으름뱅이인가. (1) 앞선 글에서 나는 '게으름뱅이의 마을'이라는 아이디어가 어린 시절 자는 것에 대한, 먹는 것에 대한, 일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저항하여 상상적으로 구성한 대안적인 삶의 공간이자 가상의 공동체라고 밝혔다. 더 크게 보자면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구상과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게으름뱅이인가. 이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였으나, 끝내 '게으름뱅이'라는 개념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아마도 이 고민은 이후에도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쯤에서 변화의 과정을 기록해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로 옮긴다. 이번 글에서는 왜 처음에 게으름뱅이에 주목하였으며, 어떻게 게으름이라는 의미를 전복하고자 하였는지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그러한 전복의 시도는 어떠한.. 더보기 한병철, 피로사회 (2012) 요약 타자를 부정함으로써 자아를 확립하는 면역학적 시대였던 지난 세기와 달리, 21세기는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신경성 질환(우울증, ADHD, 소진증후군 등)의 시대이다. "~ 해서는 안 된다"의 부정성으로 사회를 통제했던 규율사회와 달리 성과사회에서는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이 사회를 지배한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의 경영자로서 기꺼이 스스로를 착취한다. 자유를 가장한 자기 착취는 보다 효과적으로 한계 없는 착취를 수행한다. 성과주체는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해내는 데 유리한 주의 구조를 갖게 된다. 이로 인해 잠시 멈춰 돌이켜 생각하는 것, 주의 깊게 보는 것,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이 고립된 자폐적 성과기계는 자아에 의해 질식하고 과잉행동에 .. 더보기 1. 게으름뱅이의 마을이란 무엇인가. 게으름뱅이의 마을이란 스무 살 즈음 꿈꿨던 이상향이다. 이상향이래봐야 대단할 것도 없이, 그 시절에 하기 싫었던 것을 하지 않도록 합의한 공동체 사회랄까. 어린 시절 꿈꿨던 이상적인 마을은 다음의 규범을 따른다. 게으름뱅이의 마을 생활 원칙 (그 시절 기준) 1. 하루 8시간 이상 잘 것 2. 하루 2000kcal 이상 먹을 것 3. 빚을 지지 말 것 (빚을 갚기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 것) 자는 것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날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친구를 보면 걱정과 동시에 위기감이 들고, 빚을 갚기 위해 하기 싫은 노동을 해야 했던 시절에는 이런 규범에 동의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싶었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충분히 자지 않거나 강도 높은 식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