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농어촌버스로 담양에서 정읍 가기 (담양터미널 버스시간표)
<요약>
1.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주를 경유하여 정읍으로 가셔요. 광주에서 기차든 시외버스든 타시면 됩니다. 농어촌버스로 이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칫 조난당할 수도 있어요...ㅠㅠ
2. 그래도 해보시겠다면 다음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버스위치를 확인하세요.
: 담양군버스운행정보시스템 http://bis.damyang.go.kr/
3. 사이트에서는 버스노선별 첫차/막차 정보는 있지만 시간표는 없는 것 같아요. 시간표는 여기에서 다운받으세요. http://bis.damyang.go.kr/guide/notice/noticeList
4. 단, 코로나19로 인해 운행중단된 노선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노선이 운행중단되었는지는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요!!! 터미널에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사진에 전북고속, 전북여객이 휴업이라는 공지가 있지만, 이건 시외버스에 대한 공지인 것으로 보이고요, 농어촌버스는 공지도 표시도 없이 운행 중단인 것들이 있습니다...)
5. 혹시 필요하실까 싶어 터미널 내 게시된 시간표 사진도 올려놓습니다. 하지만 최신 시간표는 아닌 듯해요. 위 링크에서 다운받으시기를 권합니다.
부디 곤란한 일 없으시기를🙏
중요한 정보를 상단에 먼저 올려놓았으니, 이제 포스팅을 시작해보자.
다음 일정은 정읍으로 가는 것이었다.
여행 시 카카오맵을 주로 이용하는데, 담양에서 정읍으로 시내교통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검색되긴 했다.
담양터미널에서 출발하여 ①복흥에서 환승하는 방법과 ②용동에서 환승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환승해야 하는 버스 두 개 노선이 모두 하루에 몇 대 운행하지 않는 버스인데다가
환승정류장에 각 버스가 정차하는 시간을 알 방법이 없어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수가 없어 최대한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때는 광주를 경유하는 방법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다음부터는 네이버 지도 앱 사용해야지...)
여행을 시작하던 12월 중순의 날씨는 영상 10-12도 정도였고
도보여행을 위해 짐을 최소화한 바람에 갖고 있는 옷은 얇은 것 밖에 없었는데,
이 날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아침 기온은 영하 5도였다.
터미널에서 벌벌 떨며 버스시간표를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잠깐 쉬고 계시던 버스기사님이 어디로 가냐고 물어봐주셨다.
쌍치행 버스를 찾는다 하니, 해당 노선은 코로나19로 운행중단됐다고 하셨다... (눼?)
선택의 여지 없이 용동마을을 경유하기로 하고,
난방을 거의 하지 않은 것 같은 터미널에서 한 시간동안 앉아 떨며 기다렸다가
60-1번 버스에 탑승, 용동 정류장에서 내렸다.
서리가 내린, 그야말로 산 속.
버스정류장 근처에는 집도 몇 채 없이 휑뎅그렁하였다.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언제 도착할지 알지 못하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려니 조금 겁이 났다.
영하의 날씨에서 얇은 옷차림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자니 몸은 식어가고 배가 아팠다.
잠깐 들어갈 곳도 없거니와, 한눈을 팔았다가 버스를 놓친다면 큰일이 아닌가.
추워도 버스정류장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달리 갈 곳도 없었지만.
이러다 얼어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쯤에 버스 한 대가 왔다.
손님이 타지 않을 정류장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놀란 듯이 정차하여 어디 가냐고 물으셨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아닌 것 같았지만 혹시 몰라 정읍 가시냐고 여쭈었다.
기사님은 가지 않는다 하시고 버스 문을 닫고 출발하셨다.
한참 만에 만난 버스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막막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버스가 잠시 멈추더니,
후진을 하는 것이 아닌가..!
ㅠㅠㅠㅠㅠㅠㅠㅠ
후진 하는 버스를 향해 나도 달렸다.
기사님은 문을 열어주시며 일단 타라고 하셨다.
이 버스는 쌍치로 가는데, 그쪽에서는 정읍가는 버스가 훨씬 자주 있으니 여기서 기다리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ㅠㅠ
말씀하시는 기사님의 뒤로 후광이 보이는 듯 했다... 아아 구원자시여...
한참 달린 후 기사님은 한 정류장(순창군 쌍치면 금정마을회관 앞)에 내려주시며
한 5분만 기다리면 정읍가는 버스가 온다, 저 할머니 정읍 가시니 같은 버스를 타라고 알려주셨다.
위기에 처한 이를 위해 달리던 버스를 후진해주신 버스기사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갓갓..
최종적으로 이동한 경로는 얼추 위와 같다.
담양터미널에서는 8시20분쯤 출발하였으니, 정읍에 도착하기까지 한 3-4시간 걸렸나보다.
국내 도보여행 시 농어촌버스를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줄은 알았으나,
위험하다는 느낌까지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 추위에 얇은 옷차림으로 몇 시간을 기다렸을 걸 생각하면ㅠ_ㅠ
비교적 배차가 자주 있는 노선의 경우 이용에 큰 불편이 없지만,
하루에 세 대 밖에 없는 농어촌버스로 환승하려는 계획은 세우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이 있었기에 무사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고마운 분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선의의 도움과 그에 대한 감사와 다른 이를 향한 보답(pay-it-forward)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라 느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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