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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철학

1. 게으름뱅이의 마을이란 무엇인가.

게으름뱅이의 마을이란 스무 살 즈음 꿈꿨던 이상향이다.

이상향이래봐야 대단할 것도 없이, 그 시절에 하기 싫었던 것을 하지 않도록 합의한 공동체 사회랄까.

 

어린 시절 꿈꿨던 이상적인 마을은 다음의 규범을 따른다.

게으름뱅이의 마을 생활 원칙 (그 시절 기준)
1. 하루 8시간 이상 잘 것
2. 하루 2000kcal 이상 먹을 것
3. 빚을 지지 말 것 (빚을 갚기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 것)

 

자는 것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날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친구를 보면 걱정과 동시에 위기감이 들고,

빚을 갚기 위해 하기 싫은 노동을 해야 했던 시절에는 이런 규범에 동의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싶었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충분히 자지 않거나 강도 높은 식이조절을 하거나 무리하게 노동을 하며 지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불편한 감정들에 저항하기 위해 

잠으로 회피하고, 과도하게 먹고 마시고, 노동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만 고민하며 지냈다.

저항하면서도 나는 투항한 것과 다를 바 없이 같은 명령의 지배 하에 있었던 것이다.

 

수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 명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내 모든 결정과 활동이 나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 기여해야 할 것 같은 강박.

누군가 나 자신과 내가 살아온 시간의 가치를 평가할 것이라는 불안함.

실은 끊임없이 나 자신에 의해 평가를 당하고 있고, 매번 낙제점을 받고 있다는 패배감.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날 순 없을까.

삶이 지연되고 있다는 기분, 살아있지 않은 것 같다는 감각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오래된 꿈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 꿈을 보다 구체화해보기 위해 이 블로그를 열었다.

 

마을 철학 카테고리에는 이와 같이 내가 꿈꾸는 이상향과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하위 카테고리인 참고 카테고리에는 생각을 위한 개념을 얻기 위해 참고한 글을 소개하고 얻은 생각을 적을 것이다.

마을 구상 카테고리에서는 이상향을 구체화해본다. 

그것은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마을일 수도 있고, 공동체의 가치를 반영한 규범일 수도 있다.

동네 탐색 카테고리에서는 공간적인 측면에서 이상향을 구현할 수 있을만한 지역을 탐색하는 시도를 공유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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